지난 8월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6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전국민 25만원 지원법'(2024년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상정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진·박상현·신현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의 국회 본회의 재표결 여야 대표 회담의 변수로 급부상했다. 당초 25일 열릴 예정이었던 여야 대표 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논의될 가능성이 높았으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코로나19 확진으로 회담이 한 차례 연기되면서 예상치 못한 뇌관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해당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재표결 추진을 압박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민주당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해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 발의를 압박하는 가운데, 재표결을 둘러싼 갈등까지 고조될 경우 회담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앞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을 28일 본회의에서 재표결 안건으로 상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거부권에 따라 국회에 되돌아온 법안은 민생회복지원금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이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재표결 안건으로) 민생지원금 1개 법안만 올리는 안, (나머지) 다 올리는 안 등 여러 가지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당초 25일에) 회담이 있었기 때문에 28일 내에 합의된 것을 올릴지, 아니면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에 대해 다시 단독으로 올릴지 당연히 그걸 판단할 수밖에 없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고 부연했다. 반면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민생회복지원금법과 관련해서는 당론(부결)이 명확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민주당의 총선 공약이었던 민생회복지원금은 한 대표가 법안의 위헌성과 별개로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여야 대표 회담의 주요 의제로 주목받았다. 한 대표의 대표 어젠다인 ‘격차 해소’ 정책을 이끌 조경태 격차해소특별위원회 위원장도 앞서 선별 지원을 전제로 “25만원 프레임에 갇히지 않을 것이다. 30만원이 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재표결을 밀어붙이고, 국민의힘이 이를 부결시킬 경우 여야 대표 회담을 포함한 여야 관계가 다시 정쟁 국면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재표결을 놓고 여야가 맞붙으면 회담이 지연되거나 아예 무산될 수도 있다”며 “본회의에서 일부 민생법안이 처리되는 점도 (회담 무산의) 부담을 덜어주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한 대표를 향해 제3자 추천 특검법 발의를 압박하는 것 또한 여야 대표 회담을 흔드는 요소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이 한동훈 대표에게 (요구한) 해병대원 특검법 발의 시한”이라며 “당대표가 된 지 한 달이 넘었는데, 10명 의원을 못 구해서 못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을 끌면 진정성만 의심받는다”며 “국민께 허언을 한 게 아니라면 오늘 중 법안으로 보여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 대표는 특검법 발의와 관련해 이날까지 당 차원 의견 수렴 절차를 밟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한 대표가 제안한 ‘제보공작 의혹’ 특검법 포함 여부와 관련해 지도부 내에서도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한 대표의 제안은) 무리가 있다. 계속 의혹이 추가되면서 본질이 흐려지는 게 문제”라며 “국면 전환용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이 설정한) 26일이나 법안 발의 여부가 아니라, 새로 조정될 대표 회담일까지 우리 당의 입장을 모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