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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정갈등’ 속 ‘尹-韓 갈등’ 파고드는 이재명[이런정치]
韓 “의대 증원 유예”-尹 “불가” 대립각
李 “유예는 대안 중 하나” 韓 편들기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의료대란’의 원인이 된 의대 증원을 두고 갈등이 격화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사이를 파고들었다. 한 대표의 ‘의대 증원 유예’ 주장에 힘을 보태며 윤 대통령을 압박하는 ‘이한제윤(以韓制尹)’에 나서는 모양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동훈 대표께서 의대 정원 감축 얘기와 좀 유예하자는 얘기를 하셨던 거 같다”며 “지금 현 상황에서 의료 붕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대안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정부에서도 이걸 백안시하지 말고 그 문제를 포함해서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좀 심도 있게 고민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는 이 대표가 한 대표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셈으로, ‘의대 증원’을 둘러싼 당정 간 파열음이 터져 나오는 시점이란 면에서 주목된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불협화음은 지난 25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시작됐다. 한 대표는 의정 갈등 해소 방안으로 대통령실에 2026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증원 유예를 제의했고, 대통령실은 “변함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후 한 대표가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의료개혁의 본질과 동력을 유지하되, 국민 건강이라는 절대적 가치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드리기 위해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의대 증원 유예’를 재차 압박하면서, 당정 갈등 심화에 대한 우려 또한 정치권에서 감지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추진 중인 여야 대표 회담 의제에 ‘의대 증원 문제’ 또한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초부터 의료대란 등 민생의 핵심적인 주제에 대해 우리는 다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가 한 대표의 ‘의대 증원 유예’ 입장에 대해 ‘대안 중 하나’라고 평가하면서, 이같은 관측에는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야당 대표가 여당 대표의 발언에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한 것”이란 일반적 평가 외에도, 이 대표가 한 대표를 통해 윤 대통령을 겨누는 ‘묘수’를 두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의정갈등의 장기화는 정치적으로 이 대표와 민주당의 역할을 더 부각시킬 수 있음에도, ‘문제 해결 촉구’와 더불어 정부와 여당의 충돌까지 끌어낼 수 있는 당정균열의 틈 한 가운데를 찔렀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지금은 어쨌든 대안을 내놔야 하는 시기로 한 대표가 제시한 방향도 우리 당으로서는 나쁘지 않다는 얘기”라며 “윤-한 갈등이 생각보다 빨리, 심하게 왔는데 이 대표의 발언도 중의적인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여당 대표의 이야기에 야당 대표가 반응을 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여당 대표와 대통령을 번갈아 상대하다 보면 윤-한 갈등을 일으키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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