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수요 대응, 시장 활성화 계기”
“구체적 투자지원 방안 미제시 아쉬워”
정유업계 세액공제율 3%→15% 주장
S-OIL 울산 공장 [S-OIL 제공]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정부가 30일 발표한 지속가능항공유(SAF) 확산 전략에 대해 정유업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항공분야 탄소중립 대안으로 떠오르는 차세대 항공유 시장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특히 SAF 혼합의무화 제도 도입은 국내 수요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긍정적이라고 봤다. 다만 구체적인 투자 지원 방안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선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이다.
SAF는 화석연료가 아닌 옥수수, 사탕수수, 폐식용유, 동물성 지방 등을 원료로 생산하는 친환경 항공유로 등유를 기반으로 한 기존 항공유에 비해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정부의 이번 전략이 글로벌 SAF 수요 확대에 대응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뒷받침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정부에 요청해 온 업계 바람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며 “SAF 코프로세싱(공동처리), 전용 생산설비 건설 등 관련 투자를 검토하는 데 불확실성이 줄어들며 내부 논의가 더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한석유협회도 “정부가 SAF 활성화를 위해 전략을 세웠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세계 1위 항공유 수출국이지만 SAF 분야에서만큼은 후발주자였던 우리나라가 산업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정유 4사는 SAF를 핵심 신사업으로 추진해 왔으나 투자비 부담이 상당한 데 비해 제도적·법적 근거가 미비하고 국내 수요까지 부족해 주요 경쟁국 대비 성장이 더디게 이뤄져 왔다.
정부의 이번 SAF 확산 전략에 따라 국적항공사가 SAF 급유 상용운항을 본격화하면 정유사는 국내 생산 SAF의 수요처를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2027년 SAF 사용 의무화를 예고했다는 점도 미래 수요 불확실성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SAF 혼합의무화 제도를 두고 일각에서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요 확보 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국내 SAF 생산설비가 없는 상황에서 물량을 대량으로 공급하기에는 애로가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당분간 정유공장에서 기존 설비를 활용해 SAF를 만들어야 하는데 폐식용유 등 원료 조달이 충분하지 않아 정유사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혼합의무화 시기와 수준에 대해서는 향후 정부와 업계가 국내 공급 가능 물량 등을 고려해 협의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국내 SAF 생산 확대를 위한 투자 지원 의지에 대해서도 업계는 평가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세액공제 확대 방안이나 인센티브 마련 계획이 빠진 데 대해서는 아쉽다는 목소리가 컸다. 정유사로서는 명확한 인센티브가 제시돼야 경제성 분석 등을 바탕으로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만큼 발 빠른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기술적으로는 모자람이 없지만 생산설비 구축 등에는 막대한 자금이 들기 때문에 투자 결정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세액공제를 얼마나 받느냐에 따라 손익분기점 등이 달라지기에 향후 인센티브 방안 제시를 지켜봐야 한다”고 귀띔했다.
정유업계는 SAF를 국가전략기술으로 지정해 세액공제율을 15%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는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돼 3%의 공제 혜택을 받고 있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시설투자가 적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국가전략기술 지정, 투자세액공제제도 확대 등이 구체화될 수 있도록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할 예정”이라며 “SAF 생산비용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생산세액공제도 조속히 마련될 수 있도록 협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