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삶의 기술(로베르트 팔러 지음·나유신 옮김, 사월의책)=안전과 건강, 부, 도덕 등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씌우는 신자유주의 사회는 감각적, 물질적 해방을 ‘나쁜 삶’으로 치부한다.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좌파 지식인인 저자는 이런 시대에서 “사는 것이 가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는 에피쿠로스로 시작해 몽테뉴, 스피노자, 칸트, 니체, 라캉 등 수많은 지성들의 가르침을 훑으며 우리가 잃어버린 삶의 기쁨과 쾌락을 일깨운다. 그가 말하는 ‘나쁜 삶의 기술’은 어쩌면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이라 할 수도 있다. 다만 음주, 흡연, 섹스, 멍 때리기 등을 찬양하고 삶의 낭비와 도취 상태를 권하는 저자의 말이 불편해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저자가 도달하려는 지점은 프랑스 정신분석학자 올타브 마노니의 말처럼 ‘잘 알지만 그렇지 않은 듯이’ 행동하는 삶이다. 현실의 조건에 갇힌 존재로서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럼에도 ‘마치 너무나 즐거운 듯이’ 즐기는 삶을 만들자는 것이다.
▶좋은 리더를 넘어 위대한 리더로(짐 콜린스·빌 레지어 지음, 이경식 옮김)=33년 만에 새롭게 내놓은 경영 구루의 새 리더십 이론은 어떻게 업그레이드 됐을까. 이 책의 원제가 ‘BE 2.0’임을 보면 자기 혁신을 이룩해 진화한 리더십 개념을 선보일 것임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지난 1992년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시절 ‘기업가 정신을 넘어서’를 냈는데,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가 이 책을 6번이나 완독했다고 밝혀 회자됐다. 저자는 내년 기업 환경에 대해 완연한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었다며 기술·제품·아이디어로는 더이상 차별화를 이룰 수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기업의 성패는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자질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또 조직의 성공은 결국 사람에 달려있다는 원칙을 말하며, 뛰어난 리더는 숨죽여있던 올바른 인재를 찾아내 이들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리더의 자질 조건 7가지로 진정성·단호함·집중력·대인관계·인사관리의 양면성·의사소통·진취성 등을 꼽으며 이를 다양한 기업과 최고경영자(CEO)들의 사례를 통해 짚어낸다.
▶소설, 한국을 말하다(장강명 등 21인 지음, 은행나무)=문학은 시대를 은유로 비추는 거울이다. 기사가 아닌 이야기를 통해 한국 사회를 들여다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모 일간지의 ‘소설, 한국을 말하다’ 시리즈가 책으로 출간됐다. 21인의 소설가들은 4000자 내외의 초단편 소설을 통해 한국 사회의 면면을 담아냈다. “어떤 사실은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보다 이야기로 만들어졌을 때 더 명징해진다”는 말처럼, 짧지만 묵직하고, 위트 있지만 뒷맛이 씁쓸한 이들의 작품을 통해 한국 사회의 속살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장강명 작가는 프롤로그 ‘소설 2034’를 통해 10년 후 한국 사회가 사실 지금과 다르지 않음을 지적하고, 이기호·김화진 작가는 취업 준비의 어려움과 노동 문제를 다룬다. 새벽배송·백화점 오픈런을 소재로 한 천선란·손원평 작가의 작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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