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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 설] 위원장이 ‘정파군림’ 비판한 민노총, 대화복귀가 옳은 길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위원장이 민노총 정파문제를 제기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김 위원장은 20일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올린 영상연설을 통해 “정파 상층부가 민노총 위에 군림하고 다수 의견과 물리적 압력, 줄 세우기에 걸려 사회적 교섭을 끝내는 것은 100만 민노총 대중 조직을 망치는 길”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이 무산된 것을 계기로 민노총 위원장이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민노총의 정파 문제를 비판한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국면에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어렵사리 이뤄진 노사정 합의는 지난 1일 민노총 강경파의 반대에 부딪혔고 강경파 조합원이 김 위원장을 사실상 감금하면서 무산됐다. 총리를 비롯해 민노총을 뺀 노사정 대표자들이 다 모인 가운데 민노총 위원장이 협약식 직전에 불참해 없었던 일이 되는 상식 밖의 일이 벌어졌다. 김 위원장은 합의안이 무산된 과정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참담’, ‘공포’를 얘기한 것을 보면 그때 상황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민노총은 23일 열릴 임시대의원회의에서 다시 한번 노사정 합의안 추인에 나선다. 김 위원장이 영상을 올린 것도 합의안 추인을 호소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노사정 합의에 반대하는 일부 간부는 재적 대의원 과반수인 810명에게서 노사정 합의안 폐기를 위한 서명을 받았다며 명단까지 공개했다. 온라인 비밀투표여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지만 지금까지 흐름은 부결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김 위원장은 대의원회의에서 사회적 합의안이 부결되면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노사정 합의안 폐기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합의안에 해고금지와 생계소득 보장, 전 국민 고용보험제, 상병수당이 실질적으로 반영되지 않은 점을 들고 있다. 하지만 논란 속에서도 고용노동부가 2025년부터 전 국민 고용보험제 확대 시행과 2022년부터 저소득층에 대한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상병수당을 점진적으로 확대키로 하는 등 진전이 있는 상황이다.

민노총이 정파와 이념을 앞세우기에는 지금 한국경제가 처한 위기가 너무도 깊다. 자신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달라고 할 상황은 아니다. 정파 얘기가 나올 때는 더더욱 아니다. 민노총이 지금 장외투쟁 일변도로 갈지, 사회적 대화에 복귀할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는 민노총 일부 강경파를 빼고는 대부분 알고 있다. 다소 미흡하더라도 제1노총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노사정 대화의 한 축으로 책임감을 갖고 대화에 복귀하는 게 옳은 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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